다소 생소한 의미로 다가오는 커튼에서의 형상 기억(shape memory). 형상 기억 합금은 들어 봤어도 형상 기억 커튼이라는 개념은 생소할 테지만 그냥 순수하게 말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된다. 커튼에서의 예쁜 곡선을 자랑하는 주름은 커튼의 생명인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. 커튼을 아무리 고가의 원단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형상을 예쁘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랴. 예쁘게 떨어지는 주름과 핏감은 커튼의 퀄리티를 보증하는 워런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.

ㅡ 정답은 둘 다 틀렸다.

형상 기억은 고품질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커튼에 120°C의 고열·고압 스팀으로 고급 가공을 하여 원단에 우리가 원하는 그 예쁜 형태의 '주름'을 기억시킨다. 이 가공을 끝내면 초기에 잡혔던 주름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주름지거나 구겨지지 않는다. 커튼의 시작부터 끝까지 퍼지거나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핏을 보시라. 이 암막 커튼은 요람부터 무덤까지 칼 각을 유지하며 간다. 완성품이 나오기 전 고열·고압 스팀 처리를 하므로 냄새 제거와 먼지 및 멸균 처리는 서비스. 요즘들 그렇게 외치는 친환경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다.

ㅡ 여기를 주목.

생활 먼지를 많이 머금고 있는 커튼을 그대로 방치하기는 찝찝하고 정리를 한다고 해도 세탁은 필수. 심지어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제대로 정독. 또한 내 집에 마음 먹고 고심 후에 결제하고 예쁘게 걸어 놓은 멋진 커튼을 한 철만 쓸 것도 아니라면, 일정하게 모양이 유지되는 이 똑똑한 커튼에게 박수를. 물세탁 후 별도의 다림질 필요 없이 본래의 주름을 기억해 자리잡는 모양을 보며 그대로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.
　　
　
　

ㅡ 세상에서 제일 독립적인 커튼

모양을 잡아 놓아도 며칠이면 풀어지는 너저분한 커튼 정리는 왜 이리 귀찮은지. 더군다나 흐물흐물한 천을 마구잡이로 구겨 정리할 수도 없고, 전문 스타일러가 잡는 게 아닌 이상 제대로 주름이 잡힐 리 있을까. 이 형상을 기억하는 암막 커튼의 끝만 잡고 차르르 닫아 주자. 한 손으로 원 킬. 딱 잡아 타이백으로 마무리.

기억하시라. 차르르, 원 킬, 마무리.
　
　
　
　

　

휴대 전화 기기나 전자제품은 그렇게 얼리어답터^{_{*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}} 들이 난리다. 리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우리가 질 쏘냐. 커튼에 이런 게 있대. 그 집은 어쩌면 매번 커튼이 그렇게 깔끔하고 예뻐? 스팀 다리미질 하지? 이런 부러움을 한눈에 사고 싶다면 제격.